책상 위의 선을 하나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무선 키보드를 알아보려 하면 꼭 이런 말을 만난다. 무선은 느리다, 반응이 늦다, 진지하게 쓸 물건이 아니다. 정말 그런지, 그렇다면 얼마나 느린지는 좀처럼 설명되지 않는다.
무선 키보드는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방식이 무선이라는 한 단어에 묶여 있다. 둘의 성격이 꽤 달라서, 느리다는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세 가지 연결 방식
첫째는 선을 꽂는 유선이다. 눌린 신호가 구리선을 타고 곧장 컴퓨터로 간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확실하며 배터리를 걱정할 일이 없다.
둘째는 블루투스다.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대부분 내장되어 있어 따로 꽂을 것이 없다. 여러 기기에 등록해 두고 오가며 쓸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셋째는 전용 수신기 방식이다. 키보드와 짝을 이루는 작은 수신기를 컴퓨터에 꽂아 쓴다. 꽂을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수신기를 잃어버리면 곤란해지지만, 무선 가운데 가장 빠르고 안정적이다.
왜 방식마다 속도가 다른가
블루투스는 여러 기기가 섞여 쓰는 공용 규격이다. 이어폰과 마우스와 스피커가 같은 대역을 나눠 쓰고, 전력을 아끼려고 신호를 자주 보내지 않는 절약 모드로 동작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상대와 어울려야 하니 규칙도 복잡하다. 이 복잡함과 절약이 지연으로 나타난다.
전용 수신기는 키보드 하나만 상대한다. 서로 약속한 방식으로 자기들끼리만 주고받으니 군더더기가 없고, 신호를 보내는 간격도 유선에 가깝게 촘촘하게 잡을 수 있다. 그래서 같은 무선인데도 체감이 다르다.
정리하면 유선이 가장 빠르고 전용 수신기가 그 뒤를 바짝 따르며 블루투스가 가장 느리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차이는 대개 수천분의 일 초 단위다.
그 차이를 사람이 느끼는가
글을 치는 일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 키를 누르고 다음 키로 손가락을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하면, 신호가 오가는 시간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짧다. 아무리 빠른 타자수라도 한 글자에 십분의 일 초 남짓을 쓰는데, 지연은 그보다 훨씬 작다.
체감이 생기는 자리는 따로 있다. 손가락을 얼마나 빨리 놀리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게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블루투스에는 지연보다 더 성가신 문제가 있다. 한동안 치지 않으면 연결이 절전 상태로 들어가서, 다시 칠 때 첫 글자가 씹히거나 반 박자 늦게 들어오는 일이다. 평균 지연은 짧아도 이 첫 글자의 어색함은 매번 느껴진다.
무선을 쓸 때 부딪히는 것들
배터리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조명이 화려한 키보드일수록 빨리 닳는다. 조명을 끄면 훨씬 오래가고, 요즘 제품은 대개 충전하며 유선으로도 쓸 수 있어서 배터리가 떨어져도 멈추지는 않는다.
전파가 겹치는 문제도 있다. 무선 공유기, 무선 마우스, 전자레인지까지 비슷한 대역을 쓴다. 수신기를 컴퓨터 뒤쪽 깊숙한 자리에 꽂아 두면 본체가 전파를 가려 끊김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는 앞쪽 자리로 옮기거나 연장선을 써서 수신기를 책상 위로 올리면 대개 해결된다.
운영체제가 뜨기 전 단계에서 쓰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부팅 화면에 들어가야 할 때 무선 키보드가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유선으로도 연결되는 제품을 고르는 편이 안전하다.
배터리를 오래 쓰는 법
무선을 쓰기로 했다면 배터리와 지내는 요령을 알아 두면 편하다.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조명이다. 키마다 불이 들어오는 키보드는 조명을 끄는 것만으로 쓰는 시간이 몇 곱절 늘어난다. 밝기를 낮추거나 손이 닿을 때만 켜지게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절전이 들어가는 시간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 제품도 있다. 짧게 잡으면 배터리는 오래가지만 다시 칠 때 첫 글자가 늦고, 길게 잡으면 반대가 된다. 자리를 오래 비우는 일이 잦은지 아닌지에 따라 정하면 된다.
가장 확실한 습관은 자리를 뜰 때 전원 스위치를 내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무선 키보드에는 바닥이나 옆면에 물리적인 스위치가 있다. 잠들어 있어도 조금씩 새어 나가는 전기가 있으니, 며칠 자리를 비운다면 꺼 두는 편이 낫다.
그래서 무엇을 고를까
책상에서 글을 치는 것이 주된 용도라면 어느 방식이든 무방하다. 지연이 이유가 되어 무선을 피할 필요는 없다. 선이 없는 책상이 주는 여유가 훨씬 크게 다가올 것이다.
여러 기기를 오가며 쓸 생각이라면 블루투스가 편하다. 노트북과 태블릿과 휴대전화를 번갈아 쓰는 사람에게는 이 편리함이 다른 모든 것을 덮는다.
빠른 반응이 중요한 게임을 즐긴다면 유선이나 전용 수신기 쪽이 마음 편하다. 요즘은 세 가지를 모두 지원하는 제품이 많아서, 평소에는 무선으로 쓰다가 필요할 때만 선을 꽂는 방법도 있다. 결국 느리냐 빠르냐보다, 내 책상에서 무엇이 덜 성가신지가 답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