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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색깔은 어디서 왔을까 — 체리 MX 슬라이더 색에서 나온 적축·갈축·청축·흑축·은축

타닥 · 2026-08-27 · 고친 날 2026-10-02

적축, 갈축, 청축 같은 이름은 체리(Cherry)가 1983년에 내놓은 MX 스위치에서 나왔다. 스위치 한가운데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며 키캡이 꽂히는 부품을 슬라이더 또는 스템이라고 하는데, 체리는 스프링 세기와 구조가 다른 종류마다 이 부품을 다른 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이 부품을 축이라 부르고, 그 색을 붙여 적축이나 갈축이라고 한다. 색 자체에는 뜻이 없다. 빨강이 가볍고 파랑이 딸깍거려야 할 까닭은 없었고, 공장에서 종류를 가려내려고 넣은 표시가 사용자들 사이에서 이름으로 굳었다.

왜 색을 넣었나: 원료값과 부품 구별

MX 스위치의 미국 특허 4,467,160호("Low profile switch")에는 귄터 무르만(Günter Murmann)과 귄터 바우어(Günter Bauer)가 발명자로 올라 있다. 이 특허 문서에는 슬라이더 색에 관한 내용이 없다. 색에 대한 설명은 키보드 스위치의 내력을 정리해 온 자료 사이트 텔콘타(telcontar.net)에 무르만의 말로 전해진다. 색소를 넣지 않은 무색과 검정은 플라스틱 원료의 표준색이라 값이 가장 쌌고, 그 밖의 색은 특정 고객에게 맞춰 만든 종류를 구별하는 데 썼다는 것이다. MX는 자동화 설비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었으므로 부품을 정확히 가려내는 일이 중요했다는 설명이 함께 실려 있다.

초기 제품 구성도 이 설명과 맞는다. 데스크소리티(Deskthority) 위키와 텔콘타에 따르면 1985년 7월 기준 공식 제품군은 MX 블랙, 리니어 그레이, 화이트, 클릭 그레이 넷이었다. 화이트라는 이름과 달리 그 슬라이더는 처음에는 색소를 넣지 않은 무색이었고 흰 색소는 나중에 들어갔다. 텔콘타는 초기 MX의 슬라이더에 무색, 검정, 회색 플라스틱만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한다. 빨강이나 파랑은 아직 없었다. 두 가지 회색은 스페이스바 자리에 넣는 스위치였다. 리니어 그레이는 블랙을 쓴 키보드의 스페이스바용으로, 작동 압력이 80 cN이어서 60 cN인 블랙보다 무겁다. 클릭 그레이는 화이트를 쓴 키보드의 스페이스바용이었다. 겉모양이 같은 스위치를 한 키보드 안에서 자리에 따라 나눠 꽂아야 했으니, 슬라이더 색은 눈으로 종류를 가려내는 표시 구실을 했다.

체리가 붙인 정식 이름도 색이 아니었다. 흑축은 MX1A-11xx, 갈축은 MX1A-G1xx, 청축은 MX1A-E1xx, 적축은 MX1A-L1xx 같은 품번으로 관리되었다. 데스크소리티 위키는 종류를 슬라이더 색으로 부르는 것이 커뮤니티의 관행이었고, 체리는 최신 제품에 와서야 그런 별칭식 이름을 누리집에 직접 쓴다고 적는다. 지금 체리의 제품 이름은 MX2A 레드, MX2A 브라운처럼 색을 이름에 넣고, 사양표에 슬라이더 색(Stem colour) 항목이 따로 있다.

색별 연표: 검정에서 은색까지

체리는 1953년 월터 체리(Walter L. Cherry)가 미국 일리노이주 하일랜드파크에서 세운 회사다. 회사 연혁에는 1979년 독일 아우어바흐(Auerbach)에 새 본사와 공장을 열었고 1983년에 MX 스위치를 내놓았다고 적혀 있다. MX 특허는 독일 출원을 우선권으로 삼았지만 처음 권리자는 미국 일리노이주 워키건의 체리 일렉트리컬 프로덕츠(Cherry Electrical Products Corporation)였고, 1990년에 독일 법인 체리 미크로샬터(Cherry Mikroschalter GmbH)로 넘어갔다. 색마다 처음 나온 때는 다음과 같다.

색(국내 이름)처음 나온 때갈래와 작동 압력생긴 사정
검정(흑축)1983~1984년리니어, 60 cNMX의 첫 세대
파랑(청축)1987년클릭, 50 cN경위는 확인되지 않음
갈색(갈축)1992년(체리 키보드에는 1994년)택타일, 45 cN키네시스 주문품으로 전해짐
빨강(적축)2008년 11월리니어, 45 cN일본에서 판 키보드로 첫선
저소음 적축2015년리니어, 45 cN커세어와 협업
은색(은축)2016년리니어, 45 cN입력 지점을 1.2 mm로 줄임

작동 압력은 저소음 적축을 포함해 체리의 현행 MX2A 제품 페이지 사양표에 적힌 값이다. 갈축과 청축은 같은 페이지의 요약 목록에 55 cN과 60 cN이 따로 적혀 있어서 숫자가 둘이다. 이 차이는 키압 글에서 다룬다.

갈축, 적축, 저소음 적축, 은축의 내력은 데스크소리티 위키의 색별 문서(브라운, 레드, 사일런트 레드, 스피드 실버)를 따랐다. 사용자가 편집하는 위키이므로 체리가 직접 밝힌 연도와는 근거의 무게가 다르다.

전해지는 내력대로라면 갈축과 적축은 둘 다 특정 고객을 위한 주문품이나 한정품에서 출발했다. 새 색을 고객 맞춤 종류의 구별에 썼다는 무르만의 설명과 통하는 대목이다.

MX가 처음 나온 때도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 체리의 연혁은 1983년이라고만 적는다. 텔콘타는 미국에서 1983년 9월에 이미 광고되었고, 일본에서는 옛 히로세 전기(Hirose Electric) 누리집의 기록으로 1983년 10월에 판매가 시작되었다고 정리한다. 데스크소리티 위키가 발표일로 적는 1983년 11월 7일에 대해서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브로슈어 이미지에서 나온 날짜라고 단서를 단다.

색 이름이 다른 회사로 퍼진 과정

MX 구조를 따라 만든 호환 스위치가 색까지 가져가면서 색 이름은 한 회사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카이화(Kaihua) 전자의 브랜드 카일(Kailh)이다. 데스크소리티 위키의 PG1511 문서는 이 시리즈를 체리 MX 복제 스위치군으로 소개한다. 2007년 무렵 나온 첫 제품은 리니어인 황축이었고 지금은 단종되었다. 현재 구성에는 흑축, 적축, 갈축, 청축이 들어 있고 갈래도 체리와 같다. 금 크로스포인트 접점이 없다는 점을 빼면 내부 구조는 체리와 사실상 같다고 한다. 레이저(Razer)는 블랙위도우(BlackWidow) 2014년판부터 체리 MX 대신 자기 이름을 붙인 스위치를 썼는데, 같은 위키의 레이저 스위치 문서에 따르면 그 첫 세대가 PG1511에서 나온 제품이었다. 로지텍(Logitech)도 스위치 안내에서 GX 블루를 클릭, GX 브라운을 택타일, GX 레드를 리니어로 두어 체리의 대응을 그대로 따른다.

체리도 이 상황을 직접 언급했다. 2019년 체리 블로그는 1984년에 받은 특허가 만료된 뒤로 겉모습과 설계가 MX를 닮은 스위치가 시장에 넘쳐 난다고 쓰고, 그런 제품이 슬라이더의 색 구분과 색마다의 특성, 하우징 배치와 결합 방식까지 가져다 쓴다고 지적했다. 광고에서는 체리 MX를 내세우면서 상품 설명에는 체리 MX 적축 대신 "레드 스위치"라고만 적는 판매 글도 조심할 예로 들었다. 색 구분이 체리에서 시작되어 다른 회사 제품에도 쓰인다는 것을 체리 스스로 확인해 준 셈이다.

특허는 2014년에 풀렸을까

체리의 특허가 2014년에 만료되어 호환 스위치가 쏟아졌다는 설명이 있다. 2014년 8월 1일 게임메카 기사가 체리의 특허가 "올해 만료"된다고 쓴 것이 한 예다. 그러나 확인되는 기록은 이 설명과 맞지 않는다.

2014년 만료설이 어느 나라의 어느 특허를 가리키는지는 이 글이 참고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호환 스위치가 그 무렵부터 널리 팔렸다는 이야기와 원 특허가 그해에 풀렸다는 주장은 따로 따져야 한다.

같은 색이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경우

적축은 리니어, 갈축은 택타일, 청축은 클릭이라는 대응은 체리 MX의 약속이고, 다른 회사가 반드시 따르지는 않는다. 적축, 갈축, 청축, 흑축에서 벗어난 색일수록 회사마다 뜻이 갈린다.

색회사와 제품실제 성격
녹색체리 MX 녹축청축을 더 무겁게 만든 클릭
녹색레이저 녹축클릭, 50 g. 체리 청축에 대응
노랑레이저 황축리니어, 45 g, 입력 지점 1.2 mm
오렌지레이저 오렌지축택타일, 50 g. 체리 갈축에 대응
오렌지체리 MX2A 오렌지리니어
흰색체리 MX 클리어택타일. 슬라이더는 색소 없는 반투명
흰색카일 박스(BOX) 백축클릭

녹축은 두 회사 모두 클릭이지만 체리의 녹축은 청축보다 무거운 스페이스바용 스위치이고, 레이저의 녹축은 체리 청축 자리에 해당하는 클릭 스위치다. 오렌지는 갈래가 반대다. 레이저에서는 택타일인데, 체리가 일본 협력사 히로세의 옛 스위치를 되살렸다고 소개하는 MX2A 오렌지는 리니어다. 흰색 계열도 체리 MX 클리어는 택타일인데 카일 박스 백축은 클릭이다. 레이저 황축은 적축, 갈축, 청축, 흑축, 은축 어디에도 없는 색이어서 체리의 대응을 외워 두어도 갈래를 짐작할 수 없다. 레이저의 스위치 안내에 적힌 수치로 보면 입력 지점이 1.2 mm로 체리 은축과 같다. 걸림과 딸깍 소리가 만들어지는 구조와 갈래별 수치 비교는 리니어, 택타일, 클릭 글에 있다.

색 이름이 알려 주지 않는 것

같은 회사의 같은 색이라도 세대가 다르면 같은 물건이 아니다. 체리가 2023년 8월에 발표한 MX2A 세대는 스프링을 원통 모양에서 가운데가 불룩한 배럴 모양으로 바꾸고, 슬라이더와 그 안내 구조를 고치고, 아래 하우징에 공장 윤활을 더했다. 다만 체리의 적용표에서 배럴 스프링과 윤활은 클릭 계열인 청축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체리 적축"이라는 말만으로는 MX2A인지 그 이전 제품인지 알 수 없고, 같은 MX2A라도 색에 따라 바뀐 범위가 다르다. 윤활이 소리와 촉감에 주는 영향은 스위치 윤활과 잡소리 잡기에서 다룬다.

색 이름을 쓰지 않는 제품도 있다. 체리의 현행 표준 스위치 목록에는 레드, 블랙, 브라운, 블루, 스피드 실버와 나란히 노던 라이트(Northern Light), 블라섬(Blossom), 허니(Honey), 팰컨(Falcon), 페탈(Petal)이 올라 있다. 앞의 둘은 리니어, 뒤의 셋은 택타일인데 이름에서는 갈래를 짐작할 수 없다. 색 이름의 출발점이던 회사도 새 제품 가운데 여럿에는 색이 아닌 이름을 붙이고 있다.

색 이름을 만났을 때 확인하는 순서

  1.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군인지 먼저 본다. "적축"만으로는 체리 MX2A 적축인지, 카일 PG1511이나 카일 박스의 적축인지 알 수 없다.
  2. 제품 설명에서 갈래를 찾는다. 리니어(linear), 택타일(tactile), 클릭(clicky) 가운데 무엇인지 적혀 있다. 색보다 이 표기가 우선이다.
  3. 작동 압력, 입력 지점, 전체 거리 세 숫자를 적어 둔다. 체리 적축은 45 cN, 2.0 mm, 4.0 mm이고 은축은 45 cN, 1.2 mm, 3.4 mm다. 색이 같은 다른 회사 제품과는 이 세 숫자로 비교한다.
  4. 택타일과 클릭은 힘이 두 가지로 적혀 있는지 확인한다. 체리 갈축은 요약에 55 cN, 사양표에 45 cN이 함께 나온다.
  5. 같은 회사의 같은 색이면 세대를 확인한다. 체리라면 제품 이름에 MX2A가 붙었는지 본다.
  6. 색 이름이 없는 스위치는 2번과 3번만으로 판단한다.

스위치를 기록하거나 남에게 알려 줄 때도 색만 적으면 정보가 빠진다. 타닥의 타자 연습 화면에서 F11 전체 화면으로 들어가는 녹화 모드에는 키보드 스펙을 적어 두는 칸이 아홉 개 있고, 스위치와 윤활이 서로 다른 칸이다. 스위치 칸에 "적축" 대신 "체리 MX2A 적축"처럼 회사와 제품군까지 적어야 보는 사람이 같은 스위치를 찾을 수 있다. 회사가 다른 스위치를 바꿔 꽂아 비교하려면 납땜 없이 스위치를 뽑을 수 있는 핫스왑 기판이 편하다. 바꾸기 전과 후에 속도와 정확도가 달라지는지는 타닥 미니게임의 60초 타임어택으로 타/분과 정확도를 여러 번 재어 비교해 볼 수 있다.

참고한 자료

이 글의 연습용 지문으로 타자 연습하기숫자·영문 없이 한글로만 다시 쓴 연습용 글을 옮겨 적습니다 · 긴 글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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