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타닥타닥, 한 글자씩
이야기

마지막 타자기 수리공

타닥 읽을거리 · 2026-07-28

골목 끝, 간판의 칠이 반쯤 벗겨진 가게가 하나 있다. 남은 글자를 이어 읽으면 타자기 수리라는 말이 간신히 완성된다. 노인은 이 가게를 사십 년을 지켰다. 이제 도시에서 타자기를 고치는 곳은 여기뿐이고, 그마저도 찾는 사람은 한 달에 두엇이 될까 말까 했다.

노인에게는 오래된 버릇이 하나 있었다. 수리를 맡은 타자기에 종이가 끼워져 있으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마지막 문장을 읽는 것이다. 훔쳐보려는 게 아니었다. 타자기는 마지막으로 찍힌 문장에서 멈추는 기계이고, 그 한 줄에는 기계가 멈춘 이유가 함께 찍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미안하다는 말까지 쓰고 멈춘 타자기는 글쇠 여러 개가 한꺼번에 엉켜 있었다. 급한 마음이 손가락보다 앞서 나가면 글쇠는 서로 부딪혀 뒤엉킨다. 노인은 엉킨 쇠붙이를 하나하나 펴면서, 이 사과가 부디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랐다. 어느 시인의 타자기는 유독 한 글자만 반질반질 닳아 있었다. 종이에는 같은 이름이 줄마다 찍혀 있었다. 노인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 글쇠에만 새 부속을 달아 주었다.

그는 고장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멈춘 문장을 다시 잇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리가 끝나면 반드시 새 먹끈을 끼우고, 맡길 때 찍혀 있던 마지막 글자 다음 칸에 정확히 이어서 찍히는지를 확인했다. 문장이 끊긴 자리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어야 비로소 고쳐진 것이다. 그것이 사십 년 동안 지켜 온 그만의 마감이었다.

하지만 세월은 먹끈처럼 서서히 옅어졌다. 타자기를 쓰는 사람이 줄고, 부속을 구할 길도 하나둘 끊겼다. 노인은 달력을 넘기다가 조용히 마음을 정했다. 이번 달까지만 하자. 사십 년이면 기계도 사람도 쉴 때가 되었다.

가게를 닫기로 한 그 주의 마지막 날, 문이 열렸다. 젊은 여자가 낡은 타자기를 안고 서 있었다. 할아버지 유품이에요. 버리지 못하겠어서요. 고쳐 주시면, 제가 이어서 쓰고 싶어요.

책상에 놓인 타자기를 본 순간, 노인의 손이 멈췄다. 몸통 아래쪽,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 작게 긁어 새긴 표시가 있었다. 젊은 시절의 그가 수리를 마친 기계마다 남겨 두던 표식이었다. 노인은 안경을 벗어 소매로 닦고, 다시 그 자리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삼십 년도 더 전에 그의 손을 거쳐 간 타자기가, 한 사람의 평생을 다 받아 적고 이제 손녀의 품에 안겨 돌아온 것이다.

타자기에는 누렇게 바랜 종이가 그대로 끼워져 있었다. 노인은 버릇대로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거기에는 이렇게 찍혀 있었다. 이 기계는 고장 난 적이 없다. 골목 끝 수리공이 늘 문장을 이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이 말이 닿는다면, 내 평생의 글은 절반이 그의 것이라고 전하고 싶다.

노인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빼서 서랍에 넣었다. 그러고는 새 종이를 끼우고, 엉킨 글쇠를 펴고, 먹끈을 갈았다. 손녀가 찍을 첫 글자가 할아버지의 마지막 글자 다음 칸에서 시작되도록, 자리를 정확히 맞추었다.

여자가 타자기를 안고 돌아간 뒤, 노인은 문에 붙여 두었던 가게 정리 종이를 떼어 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 종이를 붙였다. 수리 문의는 언제든지.

멈춘 문장이 남아 있는 한, 그것을 이어 줄 사람도 남아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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