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으로만 치던 사람이 외장 키보드를 들이면 대개 첫날에 당황한다. 좋은 물건을 샀는데 오타가 늘고 손이 굼떠진다. 반대로 기계식에 익숙해진 사람이 오랜만에 노트북 자판을 만지면 손끝이 허공을 짚는 느낌을 받는다.
둘 다 한글을 치는 자판이고 배열도 거의 같은데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가. 두 자판이 손가락에게 요구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눌리는 깊이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키가 내려가는 거리다. 노트북 키보드는 얇게 만들어야 하니 키가 아주 조금만 내려간다. 기계식 키보드는 그보다 훨씬 깊이 내려간다. 어림잡아 서너 배 차이가 난다.
이 차이가 손가락의 습관을 바꾼다. 얕은 자판에 익숙한 사람은 손가락을 짧게 톡톡 끊어 치는 버릇이 든다. 깊은 자판에서는 그 짧은 동작이 입력 지점까지 닿지 못해 글자가 빠진다. 반대로 깊은 자판에 익숙한 사람은 손가락을 끝까지 밀어 내리는데, 얕은 자판에서는 그 힘이 갈 곳이 없어 바닥을 세게 때리게 된다. 손끝이 아프고 소리가 요란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되밀어 주는 방식이 다르다
노트북 자판은 대개 얇은 고무 돔이 손끝을 되밀어 준다. 누르면 물컹하게 들어갔다가 톡 하고 꺼지는 느낌이 있고, 그 뒤로는 바닥이다. 되돌아오는 힘이 약해서 손가락을 재빨리 떼야 다음 키를 칠 수 있다.
기계식은 스프링이 밀어 올린다. 손을 떼면 스프링이 축을 원래 자리까지 확실히 되돌려 놓는다. 되돌아오는 힘이 강하니 손가락이 스스로 들어 올리지 않아도 자판이 밀어 준다. 같은 키를 빠르게 이어 칠 때 차이가 두드러진다.
손가락 사이 간격도 다르다
노트북은 자리를 아껴야 해서 키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거나 일부 키가 작아진다. 방향키가 반 칸 크기로 줄어들고, 오른쪽 시프트가 짧아져 그 옆에 방향키가 붙는 배치도 흔하다. 기능 키 줄이 다른 기능과 겹쳐 있어 별도의 키를 함께 눌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자리들은 손이 몸으로 외우는 부분이라, 배열이 조금만 달라져도 손가락이 엉뚱한 곳을 짚는다. 자판을 바꾼 첫 며칠에 오른쪽 시프트와 방향키를 서로 바꿔 누르는 실수가 자주 나오는 이유다.
손목의 높이가 달라진다
노트북은 자판이 얇아 손목이 거의 책상 높이에 놓인다. 외장 키보드는 그보다 두툼해서 손목이 위로 꺾인다. 높은 키캡을 쓰거나 뒤쪽 받침대를 세우면 꺾임이 더 커진다.
바꾼 직후에 손목이 뻐근하다면 대개 이 각도 탓이다. 받침대를 접어 자판을 평평하게 두거나, 손목 앞에 받침을 두어 손 전체를 자판 높이에 맞춰 올리면 부담이 크게 준다. 몸에 맞추는 조정은 며칠 안에 끝나고, 그 뒤로는 오히려 노트북보다 편해지는 경우가 많다.
노트북 위에 얹어 쓸 때
노트북에 외장 키보드를 붙여 쓰는 흔한 방법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노트북 자판 위에 그대로 얹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트북 앞쪽 책상에 따로 놓는 것이다.
위에 얹으면 자리를 아끼고 화면과 손의 거리가 가까워 편하다. 다만 얹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다. 아래에 깔린 노트북 자판이 눌리지 않아야 한다. 눌린 채로 있으면 그 키가 계속 입력되거나 다른 동작이 걸린다. 키보드 아래에 얇은 판을 대어 무게가 자판이 아니라 테두리에 실리게 하는 방법이 흔히 쓰인다.
앞쪽에 따로 놓으면 이런 걱정이 없지만 화면이 멀어진다. 이때는 노트북을 받침대로 올려 화면 높이를 눈에 맞추는 편이 좋다. 화면은 위로, 자판은 아래로 나누는 이 배치가 목과 손목 양쪽에 가장 무난하다.
둘을 오가며 쓸 때
두 자판을 번갈아 쓰는 사람이라면 손이 두 벌의 습관을 갖게 된다. 실제로 며칠 지나면 몸이 알아서 전환한다. 노트북 뚜껑을 열면 짧게 끊어 치고, 외장 키보드 앞에 앉으면 깊게 눌러 치는 식이다.
전환을 쉽게 만드는 방법이 하나 있다. 두 자판의 성격을 너무 멀리 두지 않는 것이다. 노트북과 함께 쓸 외장 키보드라면 아주 깊고 무거운 것보다는 눌리는 깊이가 얕은 축이나 낮은 키캡 쪽이 오가기에 편하다.
그리고 새 키보드를 들인 첫 며칠의 어색함은 물건 탓이 아니라 손이 길을 다시 내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다. 이 시기에 오타가 늘었다고 자판을 내려다보기 시작하면, 애써 만들어 둔 습관까지 함께 흔들린다. 며칠만 견디면 손이 알아서 자리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