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계식 키보드는 다섯 가지를 차례로 정하면 후보가 빠르게 줄어든다. 스위치 방식, 키압, 배열, 연결 방식, 핫스왑 여부다. 아직 뚜렷한 취향이 없다면 대표 압력 45~55 cN의 리니어나 택타일(넌클릭) 스위치, 숫자판을 뺀 87키 텐키리스, 유선 또는 2.4 GHz 수신기 연결, 스위치를 뽑아 바꿀 수 있는 핫스왑 기판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무난하다. 아래 표는 이 출발점과 그것을 바꿔야 하는 경우를 정리한 것이다.
| 기준 | 무난한 출발점 | 이럴 때는 바꾼다 |
|---|---|---|
| 스위치 방식 | 리니어·택타일 | 조용해야 하면 저소음, 혼자 쓰면 클릭도 후보 |
| 키압 | 45~55 cN | 손을 얹기만 해도 눌리면 60 cN대 |
| 배열 | 87키 텐키리스 | 숫자 입력이 잦으면 104키, 책상이 좁으면 75% |
| 연결 | 유선·2.4 GHz | 기기 여러 대를 오가면 블루투스 겸용 |
| 기판 | 핫스왑 | 스위치를 바꿀 생각이 없으면 없어도 된다 |
기계식은 무엇이 다른가
사무용으로 흔한 멤브레인(러버돔) 키보드는 고무 돔을 끝까지 눌러야 위아래 접점이 맞닿아 입력된다. 기계식은 키마다 하우징, 스프링, 슬라이더(스템)로 이루어진 스위치가 하나씩 들어가고, 스위치 안의 금속 접점이 붙는 순간 입력된다. 대표 격인 체리(Cherry) MX2A 적축은 전체 4.0 mm 가운데 2.0 mm만 내려가도 입력되며, 제조사가 밝힌 수명은 1억 회 이상이다. 끝까지 누르지 않아도 입력되므로, 입력되는 깊이와 그때 드는 힘이 스위치를 가르는 사양이 된다.
1. 스위치 방식: 쓰는 장소가 정한다
스위치는 누르는 느낌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뉜다. 걸림 없이 곧게 내려가는 리니어, 중간에 걸림이 있지만 딸깍 소리는 없는 택타일(넌클릭), 걸림과 함께 딸깍 소리가 나는 클릭이다. 체리가 붙인 색 이름이 다른 회사로 퍼져서 흔히 적축, 갈축, 청축이라고 부른다. 아래는 체리 공식 제품 페이지의 수치다.
| 스위치(체리 MX2A) | 방식 | 대표 압력 | 입력 지점 / 전체 깊이 |
|---|---|---|---|
| 적축(Red) | 리니어 | 45 cN | 2.0 / 4.0 mm |
| 갈축(Brown) | 택타일 | 55 cN | 2.0 / 4.0 mm |
| 청축(Blue) | 클릭 | 60 cN | 2.2 / 4.0 mm |
| 흑축(Black) | 리니어 | 60 cN | 2.0 / 4.0 mm |
| 저소음 적축(Silent Red) | 리니어 | 45 cN | 1.9 / 3.7 mm |
| 은축(Speed Silver) | 리니어 | 45 cN | 1.2 / 3.4 mm |
고르는 규칙은 단순하다. 사무실, 도서관, 통화나 회의가 잦은 방이라면 클릭은 후보에서 뺀다. 체리도 청축을 걸림과 소리 두 가지로 입력을 알려 주는 스위치라고 설명한다. 조용해야 하는 곳에는 저소음 적축처럼 완충 구조를 넣은 스위치가 있지만, 체리의 설명도 작동 소음을 줄였다는 것이어서 무음을 기대하면 안 된다. 혼자 쓰는 방이라면 세 갈래가 모두 후보이고, 체리는 그중 적축을 입문자가 먼저 고를 스위치로 소개한다.
체리 말고도 게이트론(Gateron), 카일(Kailh) 같은 회사가 같은 색 체계를 따른다. 게이트론 G Pro 3.0도 적축은 리니어, 갈축은 택타일, 청축은 클릭이다. 다만 같은 제품군의 황축과 백축(둘 다 리니어)처럼 색 이름만으로는 갈래를 알 수 없는 것도 있으므로 사양표에서 방식과 압력을 확인한다. 세 갈래의 구조 차이는 리니어·택타일·클릭 스위치를 비교한 글에서 다룬다.
2. 키압: 5 g 차이는 따지지 않는다
키압은 스위치가 입력될 때까지 넘어야 하는 힘이다. 체리는 센티뉴턴(cN), 게이트론은 그램힘(gf)으로 적는데, 1 cN이 약 1.02 gf라서 같은 숫자로 읽어도 된다.
걸림이 있는 스위치는 숫자가 둘이다. 체리 MX2A 갈축의 데이터시트는 입력 힘(작동 압력, Actuation force) 45 cN과 걸림 지점의 힘(걸림 압력, Pressure point force) 55 cN을 따로 적고, 청축은 50 cN과 60 cN이다. 제품 페이지가 내세우는 대표 수치는 둘 가운데 큰 값, 곧 걸림을 넘는 힘이다. 걸림이 없는 리니어는 입력 힘이 그대로 대표 수치다.
사양표의 숫자를 5 g 단위로 비교할 필요는 없다. 게이트론이 공개한 G Pro 3.0 사양은 백축 38±15 gf, 적축 45±15 gf, 황축 50±15 gf, 갈축 55±15 gf, 흑축 60±15 gf다. 공차가 ±15 gf이므로 표기상 45와 50의 차이는 공차 안에 들어간다. 키압은 가벼운 쪽(45 안팎), 중간(50~55), 무거운 쪽(60 이상)의 세 구간으로 나눠 보면 충분하다.
구간은 용도와 손버릇으로 정한다. 흑축(60 cN)은 적축(45 cN)보다 입력 지점의 힘이 사양상 3분의 1쯤 크다. 오래 치는 용도라면 가벼운 쪽에서 시작하는 편이 무난하다. 쉬는 동안 손가락을 키 위에 얹어 두는 버릇이 있다면 가벼운 스위치가 저절로 눌리지 않는지 먼저 확인한다.
리니어 스위치는 깊이 누를수록 스프링이 더 눌려 힘이 더 든다. 게이트론 사양으로는 적축이 작동 45 gf에 바닥 50 gf, 흑축이 작동 60 gf에 바닥 70 gf다. 체리는 적축의 최종 힘(Final force)을 100 cN으로 적지만 무엇을 잰 값인지 밝히지 않아 다른 회사의 바닥 힘과 그대로 견줄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입력은 2.0 mm 안팎에서 끝나므로 바닥까지 세게 누를 필요는 없다.
3. 배열: 빠지는 키와 줄어드는 폭
| 배열 | 키 수 | 빠지는 키 | 가로 폭 예 |
|---|---|---|---|
| 풀배열(100%) | 104 | 없음 | 약 435 mm |
| 텐키리스(80%) | 87 | 숫자판 | 약 355 mm |
| 75% | 84 | 숫자판, Insert·Scroll Lock 등 | 약 313 mm |
| 65% | 68 | 숫자판, F1~F12 줄, Del·End 등 | 약 313 mm |
| 60% | 61 | 숫자판, F1~F12 줄, 방향키, 탐색 키 | 약 293 mm |
키 수와 빠지는 키는 키크론(Keychron)의 배열 안내를, 폭은 같은 회사의 K10, K8, K2, K6, K12 제조사 표기(플라스틱 프레임)를 따랐다. 테두리 두께는 제품마다 다르므로 폭은 어림값이다. 숫자판을 남기고 크기를 줄인 96%(100키) 배열도 있다.
표에서 읽을 것은 세 가지다.
- 예로 든 제품 기준으로 풀배열에서 텐키리스로 가면 폭이 약 8 cm 줄고, 그만큼 마우스를 몸 가운데 쪽으로 당겨 놓을 수 있다. 데너라인(Dennerlein)과 존슨(Johnson)이 2006년 학술지 에르고노믹스(Ergonomics)에 발표한 실험(성인 30명)은 마우스를 주로 쓰는 작업을 대상으로 했다. 숫자판 없는 키보드를 써서 마우스를 가운데 쪽에 두었을 때 표준 위치보다 어깨 자세가 중립에 가까워지고 손목 젖힘이 조금 줄었다. 근육 활동량에는 차이가 거의 없었으므로 자세가 조금 나아지는 정도의 이점이다.
- 75%와 65%에는 방향키가 남아 있다. 방향키까지 Fn 조합으로 눌러야 하는 것은 60%부터다.
- 75%와 65%의 차이는 폭이 아니라 깊이다. 예로 든 K2(75%)와 K6(65%)는 폭이 313 mm로 같고 깊이가 123 mm와 104 mm다. 65%는 F1~F12 줄이 없는 만큼 얕다.
정하는 순서는 이렇다. 숫자를 표에 연달아 입력하는 일이 잦으면 풀배열을 고른다. 그렇지 않으면 텐키리스가 기본이다. 책상이 좁지만 F키와 방향키를 그대로 쓰고 싶으면 75%, F키를 조합으로 눌러도 괜찮으면 65%까지 내려간다. 60%는 방향키까지 조합으로 써야 해서 첫 키보드로는 새로 익힐 것이 가장 많다. 크기별 장단점은 키보드 크기를 비교한 글에서 이어진다.
한글 입력에서 확인할 것
영문(ANSI) 배열을 그대로 쓰는 104키와 87키에는 한/영 키와 한자 키가 따로 없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한국어 입력기 안내에 따르면 윈도우(Windows)에서는 오른쪽 Alt로 한/영을 바꾸고 오른쪽 Ctrl로 한자 변환을 한다. 사기 전에는 키캡에 한글 각인이 있는지, 한/영 전환을 어느 키로 하게 되는지를 확인한다.
4. 연결 방식: 폴링 레이트부터 확인한다
키보드가 컴퓨터에 입력을 보고하는 빈도를 폴링 레이트라고 한다. 키크론 K8 맥스(K8 Max)의 사양을 예로 들면 유선과 2.4 GHz 수신기 연결은 1000 Hz, 블루투스는 90 Hz다. 보고 간격으로 바꾸면 1 ms와 약 11 ms다.
글을 칠 때 이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타자 속도와 견줘 가늠할 수 있다. 타닥 급수표에서 가장 높은 타신의 기준이 분당 650타인데, 이 속도에서도 타와 타 사이는 평균 92 ms쯤이고 1급 기준인 480타라면 125 ms다. 블루투스의 보고 간격 11 ms는 그 10분의 1 안팎이다. 다만 이것은 보고 간격을 계산한 값이지 제품의 지연을 잰 값이 아니다.
용도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책상에 두고 컴퓨터 한 대에만 쓴다면 충전과 페어링이 필요 없는 유선이 가장 단순하고, 선을 없애고 싶으면 2.4 GHz 수신기를 쓴다. 노트북과 태블릿을 오가며 쓴다면 블루투스 겸용 제품이 맞다. K8 맥스는 블루투스로 3대까지 연결해 둘 수 있다. 입력 시점이 중요한 게임에는 1000 Hz로 연결되는 유선이나 2.4 GHz를 쓴다. 키크론도 이 두 연결에서는 경쟁 게임에서도 지연을 느끼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연결 방식별 지연은 무선 키보드의 지연을 다룬 글에서 다룬다.
5. 핫스왑: 첫 키보드라서 더 쓸모 있다
핫스왑은 스위치를 납땜 없이 뽑고 꽂을 수 있는 기판을 말한다. 키크론은 K8 맥스 핫스왑 모델이 체리, 게이트론, 카일 등 MX 규격의 3핀·5핀 스위치 대부분과 호환된다고 밝힌다. 게이트론도 G Pro 3.0의 핀 규격을 3핀·5핀으로 적어 둔다.
첫 키보드는 써 본 스위치가 없는 상태에서 고르므로 선택이 빗나가기 쉽다. 핫스왑이면 키보드를 새로 사지 않고 스위치만 바꿔서 갈축에서 적축으로, 45 gf에서 60 gf로 옮겨 갈 수 있다. 소켓의 구조와 주의할 점은 핫스왑을 설명한 글에 정리되어 있다.
같은 제품에도 핫스왑 모델과 납땜 모델이 따로 있는 경우가 있다. K8 맥스도 옵션 이름에 Hot-Swappable이 붙은 것과 붙지 않은 것이 나뉘어 있으니 주문 전에 옵션 이름을 확인한다.
예산: 값을 올리는 항목부터 구분한다
가격은 옵션이 쌓이면서 오른다. 키크론 공식몰의 K8 맥스 검은색 모델(2026년 10월 확인)은 흰색 조명 기본형이 가장 싸고, RGB 조명, 핫스왑, 알루미늄 프레임이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값이 한 단계씩 올라 가장 비싼 구성이 기본형보다 30%쯤 비싸다. 판매가는 나라와 환율, 유통 경로에 따라 달라지므로 금액보다 어떤 항목이 값을 올리는지를 본다.
돈을 쓸 순서는 손에 닿는 것부터다. 배열과 스위치가 먼저이고, 그다음이 핫스왑과 무선, 마지막이 금속 프레임과 조명이다. 첫 키보드에서 소리, 키압, 배열 가운데 무엇이 아쉬운지 확인한 뒤에 윗급을 고르면 어디에 돈을 더 쓸지가 분명해진다.
사기 전에 눌러 볼 것
사양으로 후보를 좁혔다면 직접 눌러 보고 정한다. 여러 키보드를 늘어놓고 눌러 볼 수 있는 매장을 흔히 타건샵이라고 부른다. 매장에서는 다음 순서로 확인한다.
- 같은 스위치가 들어간 서로 다른 키보드를 눌러 본다. 소리는 스위치 혼자가 아니라 케이스, 보강판, 흡음재가 함께 만든다. K8 맥스도 IXPE, PET, EPDM 흡음재 여러 겹과 철제 보강판을 타건음을 위한 구성으로 내세운다.
- 키 하나만 눌러 보지 말고 평소 쓰는 문장을 몇 줄 이어서 친다. 키 사이를 오가는 손의 움직임은 문장을 쳐야 드러난다.
- 스페이스바, 엔터, 시프트처럼 긴 키를 따로 눌러 덜걱거리는 소리가 나는지 듣는다.
- 손가락을 키 위에 얹고 힘을 빼 본다. 얹기만 했는데 눌린다면 한 단계 무거운 스위치로 옮긴다.
- 한/영 전환을 직접 눌러 보고 손이 닿는 위치인지 확인한다.
산 뒤에는 적응을 숫자로 확인한다
키보드를 바꾸면 키의 높이와 간격, 키압이 달라진다. 손이 새 키보드에 익숙해졌는지는 느낌보다 수치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타닥의 급수 검정은 60초 동안 짧은 문장을 치게 한 뒤 분당 타수와 정확도로 급수를 매긴다. 정확도 95% 이상이어야 합격이고, 기준은 8급 80타/분에서 타신 650타/분까지다. 타수는 자모 단위로 세며 ㅘ, ㅢ 같은 겹모음과 ㄳ, ㄺ 같은 겹받침은 2타로 친다. 시간과 채점 방식이 매번 같으므로 키보드를 바꾸기 전에 한 번, 새 키보드를 얼마간 쓴 뒤 한 번 재면 그대로 전후 비교가 된다. 저장되는 급수는 한번 오르면 내려가지 않지만 결과에는 그 회차에 합격한 급수가 나오므로 그것을 견준다. 급수별 기준은 타닥 급수표에 있다.
속도는 비슷한데 정확도만 떨어졌다면 약점 분석을 쓴다. 타자 연습 화면에서 틀린 글자를 글자별로 모아 보여 주는 기능으로, 급수 검정과 미니게임에서 낸 오타는 들어가지 않고 기록은 로그인하지 않으면 쓰는 기기에만 저장된다. 키보드를 바꾼 날 기록 초기화를 눌러 두고 짧은 글이나 긴 글을 몇 차례 연습하면 새 키보드에서 생긴 오타만 모인다. 오타가 몰리는 글자를 보면 새 배열에서 손이 헷갈리는 자리를 짚을 수 있다. 타수와 정확도가 바꾸기 전 수준으로 돌아오면 적응이 끝난 것으로 본다.
참고한 자료
- 체리 MX2A 적축 제품 사양 — 대표 압력, 입력 지점, 수명, 최종 힘 표기, 입문자용이라는 설명. 다른 색의 수치는 같은 사이트의 각 제품 페이지
- 체리 MX2A 갈축 데이터시트(스파크펀 게재 PDF) — 입력 힘 45 cN과 걸림 지점의 힘 55 cN을 따로 적은 사양표. 청축 수치는 같은 곳의 청축 데이터시트
- 게이트론 G Pro 3.0 스위치 사양 — 색깔별 작동 압력과 ±15 gf 공차, 바닥 힘, 3핀·5핀 규격
- 키크론 키보드 크기·배열 안내 — 배열별 키 수와 빠지는 키
- 키크론 K8 Max 제품 사양 — 폴링 레이트, 핫스왑 호환 범위, 흡음재 구성, 옵션 구성. 배열 표에 쓴 K10, K8, K2, K6, K12의 폭과 깊이는 같은 사이트의 각 제품 페이지
- 위키백과 영어판 Keyboard technology — 러버돔과 기계식 스위치의 입력 구조, 핫스왑의 뜻, 체리 색 체계를 다른 회사가 따른다는 내용
- Dennerlein·Johnson(2006), Ergonomics 49권 14호(미국 CDC Stacks 수록) — 마우스 위주 작업에서 숫자판 없는 키보드와 표준 위치의 자세, 근육 활동량을 비교한 실험
- Microsoft Learn의 Korean IME 안내 — 오른쪽 Alt로 한/영 전환, 오른쪽 Ctrl로 한자 변환